[이슈워치] 미국·중국서 동시 외교전…한국외교 해법 찾을까
이번주 말, 굵직한 외교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미국에서 열리고, 같은 시기 중국에서는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는데요.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외교전의 의미, 외교부에 출입하는 서혜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우선,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일정부터 알아볼까요.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이미 미국에 도착해 회의를 준비하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서 실장은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으로 입국했는데요. 회의는 현지시간으로 2일,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그 전에 서 실장은 북미 뉴욕 채널 등을 점검하며 회의를 준비하게 될 텐데요. 앞서 미측은 최근 이 뉴욕채널, 즉 주유엔대표부 채널 등을 통해 북측에 대화를 제안하기도 했었죠. 서 실장은 한미일 회의와 별도로 한미, 한일 양자회의를 열고, 대북정책 등 현안을 협의할 예정입니다.
[앵커]
이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열리는 거의 동 시간대, 중국에서는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내일 출국한다고요.
[기자]
예 그렇습니다. 회의는 우리 시간으로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리는데요. 정 장관이 취임 후 첫 국외 출장으로 중국을 택한 셈입니다. 이번 회담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성사된 것인데, 여기에서 역시 북한 문제 등 한반도 현안 등이 다뤄질 예정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구도를 보면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지휘하는 고위급 인사 두 명이 역할 분담해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찾는 모습인데요. 정부가 지금 이 시기, 이렇게 분주히 움직이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측면이 큽니다. 우선, 미국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진행해온 대북정책 리뷰가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데요. 이번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미측이 수립한 대북정책에 대한 최종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따라서 서훈 실장의 방미 과제는, 이 협의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정부의 입장과 구상을 최대한 설득하는 것이 되겠죠.
[앵커]
정의용 장관의 중국 방문도 그런 목적일까요.
[기자]
예, 같은 맥락으로 연관 지을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되는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대미 비난 담화를 잇달아 내면서 거친 태도를 보였는데요. 미측의 대북 정책이 첫발을 떼기도 전에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서, 한반도 정세가 악화하는 것이 현재 정부가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입니다. 따라서 정 장관의 이번 방중 메시지에도 이와 관련한 요청이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즉,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중요한 국면의 외교전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일단 정부의 입장은 그런 것인데,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 쪽의 셈법은 어떤 걸까요. 미국이 한미일 삼각공조의 일환으로 안보실장 회의를 주도하고 있고, 중국이 같은 시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제의한 것 아닙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사실, 기본적으로 이번 외교 이벤트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심화하는 미중 경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지난달 19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두 나라 간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확인됐는데요. 바이든 정부에서도 미국의 대중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계기였죠. 실제, 미국은 대중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 한미일 관계를 밀착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 국방장관이 첫 해외 일정으로 한국과 일본을 찾은 데 이어 이번 주 3국 안보실장 회의를 여는 것도 같은 포석이죠.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중국 입장으로선, 미국의 전략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회담 장소를 두고도 많은 해석이 나왔는데요. 대만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샤먼을 장소로 선택한 것을 놓고, '중국이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하고 있다'고 비판해온 미국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죠.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회담 시기는 우연히 겹친 것이고, 장소 선정 역시 방역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앵커]
예, 결국 관건은 미중 갈등의 구도 속에 놓여진 한국이 어떻게 그 안에서 능동적인 외교 공간을 찾느냐는 건데요. 특히 이런 역내 정세 속에서 대북 해법을 도출할 수 있느냐는 고민 아니겠습니까. 외교가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일단 정부는 미국과 중국이 갈등 국면이라도 상호 이익이 일치하는 분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의 핵심 과제인 '한반도 평화'는 미국과 중국도 원하는 목표이기 때문에, 상호 입장을 잘 조율하면 협력이 가능하다고 보는 겁니다.
"대응, 경쟁 구도도 있습니다만, 협력의 공간도 굉장히 많다고 봅니다. 한반도 평화 문제가 그렇고요. 우리가 이러한 분야에서 미중 간의 협력을 촉진시키는, 그래서 양국관계가 건설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수 있으면 그렇게 적극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작업이 그리 녹록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할수록, 중국은 미국이 바라는 '북한 비핵화'에 대해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고, 북한 또한 중국을 업고 미측에 더 도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겁니다. 이번 주, 미국과 중국에서 펼쳐지는 외교전 결과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서혜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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